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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tory/비교해보는 책 리뷰

전형적인 전개의 범벅 클리셰. 하지만 잘 벼려낸 클리셰의 이야기들 - 킹덤과 망나니 1왕자가 되었다.

by 와사비맨 2020.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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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
전형적인 전개.
처음에는 참신했을, 참신했던, 그런 전개가 많은 사람들에게 쓰이고 또 쓰여
반복되고 반복되다보면 클리셰란 이름을 가지게 된다.
클리셰는 어떻게 보면 “정석”이라는 말과도 같다.
잘 쓴 클리셰는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반면, 못 쓴 클리셰는 아, 그냥 앞으로 이렇게 되겠네. 하는 예측성만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이런 클리셰의 범벅인 소설과. 드라마 하나가 있다.
드라마는 “킹덤” 이라는 제목이고,
소설은 “망나니 1왕자가 되었다” 라는 제목이다.

2가지의 작품에는 공통점이 하나씩 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을 건드린다는 것.

물론 이 작품들만 사람의 감정을 건드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설 중에도 뭐 감정을 잘 건드리는 소설 작가들이 몇몇 있다. 이에 대해선 추후에 이야기해봐야지-

감정을 건드리는 건 중요한 일이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몰입감을 주며, 보다 긴박한 상황에서 긴장감에 쉽게 휩싸이게끔 해준다.

개인적으로 영상매체에서 감정선을 건드리는 것 보다는
소설에서 글자로 감정선을 건드리는 것이 좀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영상 매체에서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게 쉽다는 의미는 아니다-
영상은 시각과 청각으로 건드릴 수 있는 요소가 더 많아지지만, 글자는 오로지 시각으로 나머지 감각을 다 불러일으켜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잘 벼려낸 클리셰는 전형적인 전개 중에서도 살짝씩 예측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자가 보면서 예측을 하는 와중에도, 어? 아니 여기서 이렇게 된다고?? 라며 상상이 빗나가게끔 해야 좀 더 흥미진진해지고,
몰입을 하게 되지 않을까-물론, 개연성이 떨어진다면 흥미가 완전 떨어져 나갈 수도 있겠다-

소설 “왕좌의 게임”의 저자도 그랬더랬다.
독자들이 몰입해나가면서 얘는 주인공이니깐 절대 죽지 않을꺼야 라는 생각이 너무 싫었기 때문에 죽여버렸다고.
그래서 더 열광한다고. 누가 죽을지 모르기때문에.

드라마 킹덤과 소설 망나니 1왕자가 되었다는
주인공이 절대 죽지 않을거란 믿음을 주긴 한다.
정석을 따른다.
클리셰 범벅이고, 예측이 가능한 사건전개가 많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좀 더 심도 깊게 짜여진 사건 전개가 나오고,
그런 사건 진행에서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요소들이 두루두루 나온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킹덤 스포일러이니 시즌 2를 보시지 않은 분들은 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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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의 이야기 편.

킹덤에서의 클리셰적인 요소로 감정을 건드리는 부분은 주지훈의 역할에서 잘 나온다.
세자로서 좀비에게서 살려낸 백성이 힘없이 별기군의 화살에 맞아 죽어가고, 스승이었던 허준호는
세자를 살리기 위해 죽고, 세자를 위해 좀비가 되며, 세자의 반대편에 있던 별기군들이 세자의 편에 돌아서는 계기가 된다.
이러한 사건의 흐름들이 어떻게 보면 민심이 어디에 있느냐를 보여주는 요소가 되는데, 클리셰의 덩어리에서 살짝 살짝씩 비틀어준 요소들이 보여서,
단순히 전형적인 전개를 반복한 느낌에서 탈피한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각설하고, 예측이 되었던 장면장면들을 나열해보자면,
세자가 좀비들에게 도망치면서 늙은 백성들이 실려있는 바퀴가 덜컥 도랑에 빠진다 -난 바퀴 한짝이 적어도 떨어져 나갈 줄 알았다. 그래서 백성들을 세자가 들고 나를 줄 알았지-
거기서 본인은 조씨와는 다르다 라며 백성들을 지켜 나가는 장면이 쉽게 예측이 되었지만 아주 쉽게. 극중에서 세자의 위치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나병환자들이 몰려있던 수방촌에서 실험한 흔적도 너무 쉽게 보여줬으며,
양반댁 가문 할매가 5대 독자 시체를 끌고 갔으리란 복선도 쉽게 보여준 반면, 아 실제로 조선시대에 저런 사태가 벌어졌으면 저랬겠구나,
아니 저것보다 더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긴 했다.
-> 이런 부분들이 클리셰에서 살짝 비틀어 놓은 게 아닐까 흔한 좀비물인데 시대 배경이 조선이라니.
참신하지 않은가.

 

자. 대충 설명을 늘어놓은 킹덤에 이어,
비교해볼 망나니 1왕자가 되었다는
망나니물 유행의 시초였다.

그 전에도 망나니의 몸에 빙의되어 사건 진행이 되는 착각계 작품들은 꽤 있었지만,
이처럼 유행을 몰고오진 않았다.

망나니 1왕자가 되었다도 흔한 클리셰를 따른다.
나라의 국보인 에고를 가진 검의 영혼이 망나니의 1왕자의 몸에 들어가서,
그 전과 다른 행동을 보이고, 망해가는 왕국의 중심에 서서 반역을 꾀하던 귀족들을 몰살하고,
북방에서 밀려오는 몬스터떼를 쳐죽이고, 망나니 1왕자가 자행했던 몹쓸 짓들 중
폐인으로 만들어 놓은 기사들을 다시 살려 전쟁에서 큰 역할을 하게끔 한다.

다만 망나니 1왕자가 되었다는 착각계물 중에서 착각계 부분이 오래 지속되진 않았다.
빙의물에서 흔하게 이야기 되던, 빙의 되고 난 다음 그 시대의 자신을 찾는 씬 또한
칼에서 온 영혼이기에 바로 설명이 되었고, 다만 원래 있던 망나니 1왕자의 영혼이 어떻게 된 건지에 대한 설명은 매우 짧다.
이 씬이 길어져서 하나의 사건 이야기가 풀어질 수도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북방의 경계선에서 오크로드에게 대항하다가 죽은 공작-나중에 북방공으로 추대됩니다-역시 현재의 기술을 깔보던 1왕자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읽는 독자로 하여끔 슬픈 감정을 건드리는 하나의 필수불가결한 클리셰적 요소가 아니었나 싶다.

여기서 클리셰이야긴 관두고,
슬슬 설정충돌에 대한 이야기 몇개를 해볼까 한다.

우선 킹덤에서는
불사초에 붙어있는 기생충이 좀비들을 움직이는 걸 보여줬는데, 그 좀비로 국 끓여먹으니 증상이 변이되어 바로 전염됨을 보여준다.
근데, 국 끓여먹어서 증상이 변이되는 건 좋은데, 기생충이면 오히려 인당혈에 바로 침 찔렀을 때의 증상이 전염성이 강해야 하는게 맞는거 아닌가..?
기생충이 100도의 온도를 견뎌..? 국에서도 버티는 기생충인데 열을 싫어해..? 음. 그냥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겠다.

 

그리고 유교 꼰대의 입장에서 살짝 보자면 평안감사?는 어디서 함부로 세자한테 말을 찍찍 내뱉고, 세자의 목에 칼을 들이민 한낱 별기군 대장에게 찍소리도 않는 내시들이나 궁녀라니.
또, 한낱 의원이 왕의 시신에다가 침질을 하는 의원이 어디에 있을까. 조선에는 왕에게 금붙이를 댈 수 없다 하였는데. - 아 물론 종기, 등창이 너무 심각해져서 어쩔 수 없이 시침을 했다가 과다출혈로 죽은 왕도 있었다.- 만약 영상이 시켜서 돈을 많이 받고 그리 작업한 의원이었다 치자. 조선 제일의 세도가이자 권력자가 시켰으니 어쩔 수 없이 그랬다면. 그 세도가에선 왜 그 의원을 죽이지 않았나.

그리고 국궁을 쏘는 파지법은 왜 양궁파지법인가.
국궁은 엄지손가락으로 비틀어 쏘는게 맞는데 극중에서 보면 모든 이들이 양궁파지법으로 쳐 쏘고 앉았다.

좀비가 몰려오는 씬에서 양반에게 무기를 들려주는 씬이 있는데 어떻게 양반이 무기를 든단말인가 하는데
예로부터 활을 쏘는 걸 예로 여겼던 양반님네들이 무기드는게 어때서요. 활은 무기가 아닌가.

이정도가 킹덤에서의 설정충돌이자, 살짝 거슬리는? 느낌들이었다.

좀비가 뛰어댕기는건 뭐 나는 전설이다, 월드워z 등에서도 뛰어다니니깐 이 설정에 대해선 뭐라 말을 못하겠다.
솔직히 사후경직이 일어날 대로 일어난 시신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까지 따지면 좀비물이 성립할 수 없으니 여기까지만 하자.

자 망나니 1왕자의 설정충돌은.
망나니 1왕자가 고리기사들을 다 폐했대지만 왕은 왜 거기서 손을 놓고 있었는가.
그리고 몽펠리에가 ㅈㄹㅈㄹ 할 동안 왕자가 처신한 짓을 왕은 왜 하지 못했는가. 북방의 레인저가 그리 강하고, 북방공의 권세가 있을 텐데 잠깐
중앙으로 불러와서 다 처단할 생각은 못했는가.

레온베르크 왕국의 왕비가 활쏘면서 수도 외성을 지키며, 2일에서 3일 가량을 버틴다고 나오는데 중세시대 성의 외성은 3일간 버틸 구조가 안된다.
내성을 높이 올리고 외성을 낮게 두는 구조라 잠깐 버티고 내성에서 공성전 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뭐 이런 이야기들은 다른 판타지물에서도 성립하지 않으니
관두자.

다만 왜 궁중기사들 무력이 그 따구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은사자, 철사자들이 궁중기사보다 무력이 더 높은가? 하는 생각이 들게끔 파워를 설정해놓은게 소설을 읽으며 눈에 계속 걸리는데,
아무리 왕자가 예전에 잃어버린 무를 계승하고, 마나기사의 힘을 쓴다지만, 너무 짧은 시간안에 큰게 아닌가 싶긴 하다.
오버파워세계관이 되는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이런 설정 충돌들 쯤이야 저 뒤편으로 묻어둔다면
두가지다 요즘 같은 시국에 쳐박혀서 보기 아주 좋은
작품들이 아닌가 싶다.

그럼 재밌게 쳐박혀 있자고요.

그리고 킹덤 미술팀 짱짱맨.
크으.